뉴질랜드 레드와인의 제왕: Destiny Bay Wines


안녕하세요!

오늘도 짤막하게 쓰려다가 에세이를 써버린 블로그 글이에요 ㅠ.ㅠ

제가 느꼈던 와이너리의 감상이 얼마만큼 전달이 될지는 모르지만 와인과 와이너리로 이해하시는데 조금이 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시간을 내어 와이너리를 즐겨 방문하고는 한다. 뉴질랜드의 와인 산지를 방문할 때면 세계 최고의 와인 생산 국가에 사는 것이 와인쟁이로써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 들게 한다. 이번에 방문한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와인의 제왕이라 불리는 "Destiny Bay Wines"이다. 이 타이틀은 사실 내가 지은 것이지만, 데스티니 베이 와인을 맛본 사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식어 일 것이다.


Waiheke Island 소지, Destiny Bay Wines의 포도밭


이 와이너리는 오클랜드의 휴향지라고도 잘 알려진 Waiheke Island (와이헤케 섬)에 위치 해 있다. 셀러 도어와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큰 관광 수입원이 되어 너도 나도 셀러도어와 레스토랑을 차리곤 하지만 이런 명품 와이너리에겐 그런 '추가 상품'은 귀찮기만 한 것 같다. 명성이 자자한 명품 와이너리들은 유료 시음과 셀러도어에서 와인을 파는 것으로 이윤을 남기기 보다, 무료 지만 예약제로 소규모 와이너리 투어 및 시음회를 진행하고 자신의 와인을 "교육" 시키는 것에 더 집중을 하고 있는 듯하다 (Dog Point, Ata Rangi도 이러하였다). 셀러 도어와 레스토랑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도 그 나름의 편리함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나는 운이 좋게도 Destiny Bay Wines에 예약에 성공해 투어를 안내받았다. 그것도 먼저 예약한 사람이 No Show를 하는 바람에 프라이벳 투어를 했다. 와이헤케 섬은 오클랜드 시내 항구에서부터 1시간 정도 페리를 타고 가야 나오는 오클랜드 관할 구역에 속한 작은 섬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일조량이 좋고, 보르도 품종의 포도들이 자라기 좋으며, 셀러도어는 물론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오클랜드 시내와 가깝고 밤늦게까지 페리가 다니는 덕분에 와이너리들은 저녁까지 오픈을 하며, 한밤중에 와이너리에서 오클랜드 시내를 바라보며 저녁 늦게까지 식사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보통 와이너리들은 4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


오클랜드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와이헤케로 가는길


배에서 내리자마자 부랴부랴 렌터카를 픽업해 와이너리에 도착하니, 명성에 비해 다소 아담한 와이너리에 산타 할아버지처럼 생기신 인심 좋은 할아버지가 반바지 차림으로 우리를 반겼다. 그는 데스티니 와인의 공동 창립자, 마이클 스프랫 이였다 (또 다른 창립자는, 아내, 앤 스프랫).


창립자, Mike Spratt. 인상이 선물 많이 주실 것 같은 산타 할아버지 상 이다


미국의 금융권에서 종사하던 마이클과 화학자였던 앤은 뉴질랜드를 여행 중 이곳과 사랑에 빠져 은퇴를 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중, 와이헤케섬에 꽂혀 이곳에서 은퇴를 하기로 결정을 하고 땅을 좀 사셨다고 한다. 어느 날 아내 앤이 앞마당을 보며 말했다고 한다. "우리 집 앞마당에 (와인용) 포도나무를 심어 보는 게 어떨까?" 마이크는, "Why not?"이라고 대답을 했고, 바로 전문가 Viticulturist를 불러 지질 검사 등 terroir 검사를 했다고 한다. 뜻밖에도 이 전문가는, " 이 땅에서 포도가 잘 자랄 정도가 아니에요. 이곳에선 최고의 와인이 탄생할 거예요"라고 했다고 한다.

마이크와 앤의 앞마당이자 오늘날의 데스트니 베이 포도밭

그야말로 와인계의 로또도 이런 로또가 없다. 뉴질랜드는 이런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듯한 와인계의 신화들이 정말 많다 (말보루 소비뇽 블랑, 센트럴 오타고 - 배넉번등 맥락이 비슷하다). 그리하여 시작된 것이 데스티니 베이의 시초이다. 와인메이커로는 아들 션 스프랫이 와이너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마이클은 진정한 스토리텔러였다. 마치 나중에 줄 선물 (와인 테이스팅)에 앞서 스토리텔링을 해 주는 산타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Mike 가 우리만을 위한 프라이벳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는 말했다. 단지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같이 마시려고 좋은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그렇게 소소하게 와인을 만들던 그들은 어느 날 미국의 와인 컴퍼티션에 와인을 출품을 하게 되었고, 세계 평론가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되고야 만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이루어지는 이 와인 컴퍼티션 최고점을 받은 이 와인에 대해 평론가들은 이 와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혹자는 캘리포니아, 혹자는 슈퍼 투스카니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뉴질랜드의 작은 섬, 그것도 와이헤케였다 (듣보잡 생산지나 다름없었다...). 와이헤케 산 와인은 뉴질랜드에서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소량 생산하는 곳이고, 아무도 최남쪽 나라 뉴질랜드의 작은 와이헤케 섬에서 이런 고퀄리티의 와인을 생산하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와인의 정체는 충격적일 정도였다. 이 계기로 퀄리티와 와인 맛을 인정받은 데스트니 베이는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찾는 와인의 대상이 되었다. 작은 섬, 와이헤케의 한 와이너리에서 세계 최고 퀄리티의 뉴질랜드산 보르도 블렌드 와인의 포텐셜을 보인 것이다.

Vintage 때의 상황을 설명하시는 Mike. 그의 눈에서 진정한 열정이 느껴진다


데스티니 베이에선 포도 재배부터, 양조, 숙성, 보틀링, 판매까지 모든 것을 와이너리에서 한다. 실제로 가서 보면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고 양조 탱크도 매우 아담하다. 그러나 이처럼 full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와이너리 또한 많이 없다. 양조장을 빌려서 사용하거나, 보틀링 등, 생산의 일부를 외주로 주는 와이너리들이 많다.


작지만 비싼 와이너리 발효탱크. 데스티니 베이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부티크 와이너리이다.


Destiny Bay는 단지 terroir만 좋은 것이 아니다.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인력이 투입된다. 포도는 100% handpicking으로 하고 있으며, 포도도 hand sorting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상의 포도 컨디션과 콘선트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해 한 포도 나무당 수확되는 포도는 0.5-2.2 킬로 미만이라고 한다. 갓 딴 포도는 바로 양조장으로 옮겨져 hand sorting 이 시작된다. 포도알이 이동하는 시간이 적을 수록 포도의 신선도가 좋으므로 포도밭과 양조장이 가까울수록 포도의 퀄리티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를 할 수 있다. 1차 양조가 끝난 와인들은 2차 양조를 위해 베럴에 Free-run Juice (Press를 하기 전 포도알의 무게로 자연스레 나오는 포도즙 액기스로 '귀족 주스' (noble juice)로 불릴 만큼 귀하고 퀄리티가 높다)를 옮겨 담는데, destiny bay의 free run juice의 함량이 높다.


와인은 프렌치와 아메리칸 오크통에 숙성되며, 숙성을 거친 후, 와인메이커와 팀 멤버들에 의해 블렌딩이 된다. 데스티니 베이는 보르도 블렌드의 와인을 3단계로 만드는데 Destinae, Mystae, Magna Praemia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다. 이 세 와인 모두 5가지 보르도 품종으로 블렌드를 하나 포도의 portion 이 각각 다르다. 블렌딩의 ratio는 매년 와인의 퀄리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데스트니 베이의 생산량은 매우 적다. 나는 와이너리의 투어와 마이크의 설명이 끝나갈 때 즈음, 도대체 이 소량 생산된 와인으로, 이런 인력으로, 이 와이너리는 이윤을 만들기는 하는 걸까?라는 오지랖 넓은 걱정 마저 들었다. 모든 것이 명품 수준의 장인 정신이 깃든 와인 메이킹 프로세스가 아닐 수가 없었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려는 그의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는 듯했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친 후, 시음할 와인의 퀄리티를 확인하고 있는 Mike


와인은 보틀링이 된 후 최소 2년 정도 양조장에서 셀러링이 된 후 출시된다. Destiny Bay 와인의 일반적인 블렌딩 레시오:

시음 준비 중인 Mike. 창문 너머로 보이는 와이헤케 섬의 절경.


와이너리 투어의 하이라이트. 와인 시음할 시간이 왔다. 마이크는 꼼꼼하게 시음전 와인의 퀄리티를 확인하며 상한 와인이 없는지 확인하였다. 실제로 한 와인은 상태가 좋지 않다며 새로운 와인을 따주었다. 원래 시음을 시켜 주려고 했던 와인은 3개 정도였던 것 같다.



와이너리에서 와인 전문가라고 소개하면 간혹 특별 대우를 받아 시음비를 받지 않거나 old vintage를 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음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운하게). 데스티니 베이의 경우 원래 시음비가 따로 없지만 old vintage의 와인들은 전문가 대우를 받아 특별히 몇 개 더 내어 주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특별 대우는 쉽게 얻어 내는 것은 아니다. 와인 전문가라고 소개한 만큼 새로운 와인이 하나씩 잔에 따라 질때마다 호스트는 기대의 찬 눈빛으로 나의 심사평을 기대하며 질문을 던진다. "What do you think? (어때? +_+)". 이미 와인 전문가라고 소개도 해놨겠다, 좋은 빈티지 와인도 몇 개 읃어 마셨겠다, 식상한 그저 그런 심사평을 내놓을 수도 없으며 이제서야 비전문가 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면 최대한 머리를 굴려 이 와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 정확한 분석을 동반한, 먼저번에 마신 와인과는 다른 찬사를 해야만 한다. 사실 비슷한 캐릭터의 빈티지나 블렌드 레시오가 거의 비슷한 와인들은 미세한 차이점을 명확하게, 확실하게, 그들을 감동시킬 만하게 심사평을 매 와인마다 내놓는 것은 쉽지가 않다. 명실상부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곳의 프라이드는 어떠하랴. 무어라 얘기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심사평을 묵묵히 들으시곤 별다른 말씀 없이 묵혀 두었던 라이브러리 빈티지를 자꾸 꺼내 주신 것을 보니, 마음에 흡족함이 있으셨나 보다. 이날은 따로 테이스팅 노트도 적지 않은 터라 (시험공부가 끝난 이후로 분석적인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거의 적지 않고 있다...) 정확하게 빈티지별 각각의 와인의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드러운 타닌, 실키 한 텍스처, 고농축 free-run 주스로부터 오는 포도의 높은 밀도감 (concentration), 피어오르는 포도의 과실향과 카버네 소비뇽의 잡아주는 탄탄한 골격, 완벽한 발란스. 그야말로 완벽한 와인이었다는 것만 기억이 남는다.


3개로 시작했다가 늘어난 테이스팅


보르도 5대 샤또 와인들을 포함 많은 보르도 블렌드 와인을 마셔봤지만 보르도와는 또 다른, 와이헤케만의 유니크함이 데스티니 베이에 담겨 있다. 특히 뉴월드의 과실향이 도드라지는 것과, 말도 안 되게 감촉이 좋은 long lasting 한 태닌이 정말 좋다. 보르도 블렌드의 산지 Hawke's Bay의 탑 와인들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Destiny Bay만의 유니크함이 있다. 뉴질랜드 레드와인의 제왕이라는 수식어답게 가격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뉴질랜드 탑 와인들도 current vintage의 경우 130-150불 이 거의 맥시멈과 같은데 데스티니는 $150 ~ $500/병 정도이며 라이브러리 와인의 경우 $1000불이 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데스티니 와인을 접하면 와인에 비해 가격이 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신 빈 2016의 destinae는 접근할 만한 수준이다).

나에게만 특별히 하사하신 데스티니 ë² 이 양장 와인 북. 샤또 빨메 북 다음으로 가보 이다


나는 이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당시에 딱히 와인 관련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미개했던 나를 극빈 대우해 주며 열정 가득한 와이너리 투어와 라이브러리 와인들을 시음하게 해준 데스티니 베이와 마이크의 은혜가 크다. 보르도 유학시절 방문했던 탑 샤또들도 그렇고, 데스티니도 그렇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에게 나름의 투자(?)를 하며 환대해 주었던 와이너리들이 있다. 그들의 투자는 내가 아직도 와인길에 있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이며, 그들이 선사했던 경험이 오늘의 나에게 큰 자산으로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 또 많은 와이너리를 방문하면서, 비즈니스를 이어 나가면서 그들의 투자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그들에 대한 나의 감사함과 그들의 와인에 대한 충성심은 어쩔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데스티니 베이의 3가지 와인 & 포후투카와 (뉴질랜드 국화)

특히 데스티니 베이의 마이크가 직접 안내해 준 투어는 굉장히 감명이 깊었다. 그에게서 나오는 식지 않는 열정과, 자신의 와인에 대한 올곧은 가치관과 신념, 비즈니스의 기본 원리인 'maximise profit, minimise cost'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경영철학. 그런 그의 모습들이 나의 사업적 가치관과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큰 계기가 되었다. 나도 그러한 열정과 신념을 가진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던 날이었다. 데스티니 베이 와이너리 방문은 그들의 와인만큼이나 기분 좋은 긴긴 여운을 남겼다.


“Very impressive wine indeed – it ranks as one of the best blended NZ reds I’ve ever tasted.” – Bob Campbell MW on the 2006 Magna Praemia "참으로 감동적인 와인입니다 - 내가 여태껏 마셔본 뉴질랜드 레드 블렌드 와인 중 최고의 와인이에요" - 밥 캠블 MW 2006 Magna Praemia를 마시고


오늘도 너무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킵 해 가면서 읽으셔도 돼요 :)

그래서 결론은, 꼭 ë“œ셔 보셔라! 입니다! :)


Chief NZ Wine Officer at NZWB

Ina Yoon DipWSET

본문은 NZWB 운영자 이전에 와인쟁이인 제 개인적 경험과 데스트니베이의 북의 정보를 토대로 작성 하였으며, 정식으로 와인을 유통 하는 것 이외에 와이너리와 별도의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유통 하게 해달라고 장문의 편지 써가며 간절함으로 호소 했을 뿐.....